판매자 잠적 투시안경 역시 사기였다.
“고객께서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삐’ 소리 후…”
투시안경을 주문한지 이틀이 지났다. 이틀 전 남자가 일러준 통장으로 55만원을 계좌이체 했다. “제주도만 아니면 하루 만에 갈 것”이라던 택배는 소식이 없고, 판매자는 오늘 하루 10통 넘게 전화를 해도 받지 않았다. 수신거부를 하는지 몇 번 신호가 울리다가 전화를 받을 수 없다는 안내음성만 계속 흘러나왔다. 그는 이틀 전까지만 해도 “부재중 찍힌 전화번호를 보고 연락드렸다”던 사람이었다.
사이트는 여전히 열려 있었다. 이틀새 판매자의 전화번호가 지워졌고, 어설프게나마 남아있던 ‘투시 사용후기’ 게시판도 사라졌다. ‘투시안경 구매를 원하는 사람은 이름과 연락처를 남기면 상세하게 상담해주겠다’는 문구는 그대로였다.
사이트 메인화면에는 ‘투시 100%, 내 맘대로 보고 싶은 상대의 모든 속살 곳곳을 나체로 볼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여전히 옆으로 흐르며 네티즌들을 유혹하고 있었다.
한 안경판매 사이트에서 무단으로 퍼온 안경사진도 그대로였다. 해당 사이트에서 2만원 대에 판매하는 안경들은 ‘투시안경’ ‘투시글라스’라는 이름만 달고 55만~66만원으로 둔갑해있었다. 안경판매 사이트 관계자는 “혹시 회사의 이미지가 나빠지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판매자가 전화를 계속 받지 않아 ‘이틀 전에 55만원을 부친 사람이다. 연락달라’는 호소성에서 ‘연락이 없으면 경찰에 신고하겠다’는 협박성 문자까지 보내봤지만 감감 무소식이었다. 이렇게 55만원을 떼였다.
피해사실을 경찰(1566-0112)에 신고했다. 관할 경찰서 관계자는 “경찰서 민원실로 와서 진정서를 접수하라”고 했다. “돈을 돌려받을 수 있느냐”고 묻자 “피의자가 돈을 주면 받는 것이고, 안 주면 할 수 없다”며 “형사처벌은 받지만 금액과 관련된 부분은 민사상으로 따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청은 지난 달 27일부터 현재까지 접수된 민원은 총 35건이라고 밝혔다. 그 중 5건이 돈을 부치고 물건을 받지 못한 실제 피해사례이고, 나머지 30건은 관련 사이트를 발견했으니 삭제해달라는 요청이었다.
경찰청 관계자는 “실제 투시안경을 받았는데 투시가 안 된다면 성능적인 문제로 보겠는데, 현재까지 접수된 사례에 비추어보면 아예 물건조차 없이 돈만 가로채는 사기유형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해당 사이트가 현재까지 열려있는 이유를 묻자 “현재 수사 중이기 때문에 일단 폐쇄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사이트가 열려있다고 해서 안심하고 구매해선 안 된다는 얘기다.
경찰은 서울지방경찰청을 중심으로 투시안경 피해사례에 대한 집중수사에 나설 방침이다. 전문가들이 이구동성 ‘완전 투시안경은 있을 수 없다’는 얘기는 사실이었다. 투시안경은 없었고, 송금을 노린 사기에 불과했다.
사기 당할 줄 알고 송금한 것이긴 했지만, 인터넷에 공개적으로 드러내 놓고 시도하는 사기가 가능하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니, 허탈감만 밀려 왔다. 경찰의 적극적이고, 대대적인 단속만이 개인 피해자들을 막는 길이다.
출처: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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