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2년만에 430만원으로 300억원을 만든 슈퍼개미 ‘지천명’

지천명(知天命)을 바라보는 미혼의 주식고수 원형지정(49·본명 황호철).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선망의 대상이자 가장 닮고 싶어하는 재야고수 중 한 명이다. 하루에 이메일 300통이 날아들고 자신을 ‘주군으로 삼고 싶다’는 전화가 100통 이상씩 걸려 올 정도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전형적인 슈퍼개미다.

2년간 430만원으로 시작해 300억원대의 자산가가 된 ‘주식투자의 귀재’ 원형지정을 만나기 위해 지난 11일 오후 찾은 곳은 사무실이 아닌 방 네 개 짜리 서울 시내의 한 아파트였다. 여의도 증권가에 번듯한 사무실 하나쯤은 있을 것이란 생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일반인이면 평생 동안 꿈도 꾸지 못할 거액의 현금을 보유한 원형지정은 아이러니칼하게도 이렇게 별도의 사무실이 없었다. 평범한 아파트가 바로 ‘3초의 승부사’ 원형지정의 일터였다. 방 두 개에는 마치 항공기 조종석 같이 컴퓨터 시스템으로 꾸며진 책상 다섯 개가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다. 식구는 출퇴근을 하는 문하생 3명과 함께 생활하는 제자 겸 비서 1명이 전부다.

편안한 옷차림으로 취재진을 맞은 황씨는 “4년전만 해도 남 보기에 그럴듯한 사무실을 차려놓고 일했습니다. 하지만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들어 바로 집으로 옮겼죠. 불필요한 이동시간을 절약할 수 있고 쉬고 싶을 때 언제든지 잠을 청할 수 있어 지금도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조용히 독서를 하기에도 그만이고 스트레스에 찌들어 사는 전업투자자에게 반드시 필요한 휴식도 인근에 있는 공원에서 해결할 수 있어 금상첨화라는 이야기다. 수없이 많은 부침을 통해 천당과 지옥을 오간 경험으로 이제는 나눔의 삶을 살겠다고 각오한 원형지정. 필명 ‘원형지정'(圓形之情)도 ‘모난 세상에서 둥글게 서로 돕고 살자’는 의미로 자신이 직접 지은 것이다.

훤칠한 키에 진한 쌍꺼풀이 돋보이는 호남형인 원형지정. 그는 주식투자에는 차갑고 냉정하지만 사람들에게는 더없이 포근하고 온화한 성격의 소유자라는 평판을 얻고 있다. 특히 대부분의 슈퍼개미들이 초야에 묻혀 은둔에 가까운 생활을 하는 반면 원형지정은 1만명에 육박하는 적극적인 팬을 확보한 열린 사고를 하는 인물로도 유명하다. 자신의 1년 주식농사 결과를 인터넷 카페에 공개해 증권가에 화제를 뿌리기도 했다.

2007년 2월부터 증권포털 팍스넷에 자신의 주식투자 실패담인 ‘똥파리 거지가 왕거미 귀족이 된 이야기’를 연재하며 개인투자자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현재도 자산 300억원 중 100억원 정도를 주식에 직접투자하고 있는 원형지정은 2009년 1분기에만 100%에 가까운 수익을 냈다고 귀띔했다.

지천명

◆ “주식에 미칠 자신 없으면 손도 대지 마라”

숱한 실패 뒤 남겨진 단돈 430만원으로 단숨에 91억원을 벌어 기사회생한 전설적 인물 원형지정도 삶을 포기한 채 도박에 빠지기도 하고 술과 담배로 하루하루를 연명해야 하는 고통의 나날들을 보낸 경험이 있다.
그런 그가 불과 2년여만에 300억원대의 거부로 거듭난 바탕은 초인적인 집중력과 피나는 노력의 결과였다.

“절실하고 절박해야 합니다. 컴퓨터 모니터 저 넘어에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의 현금을 쥔 최고의 주식전문가들이 포진해 있는 정글같은 주식시장에서 절실하게 성공을 꿈꾸며 노력하지 않는다면 그 결과는 불을 보듯 뻔 합니다”

원형지정이 주식 매매를 하는 책상 위에는 누렇게 색이 바랜 A4용지 수십장이 포개져 붙어 있다. 순간 순간 잊지 말아야 하는 매매 철칙부터 나태해지는 자신을 추스르고 채찍질 하기 위해 써놓은 날선 각오들이 빽빽히 들어차 있다. 얼마나 읽고 또 읽었는지 가장자리에는 손떼가 가득하고 너덜너덜 닳아 헤어진 곳도 많다.

그중 한 대목은 ‘거지되어 자살하고 싶지 않으면 꼭 지켜라’로 시작해 ‘주식을 해서 수익을 내는 것은 오랜 시간이 걸린다’로 끝을 맺는다.

<철칙 : 거지되어 자살하고 싶지 않으면 꼭 지켜라>

1. 매매 시 특히 인내심을 갖고 참고 또 참아서 매수하라.
2. 충동적이고 감정적인 매매는 절대 하지마라.
3. 종목분석을 철저히 하되 저가에 매수라. 특히 테마주는 언제 폭락할 지 모른다.
4. 추격매수를 절대 하지 말라.
5. 초단타 매매는 적은 금액으로 짧게, 작은 수익에 만족하라.
6. 잦은 매매는 삼가고 신중히 생각하며 경솔히 행동하지 마라.
7. 수익이 났을때 특히 조심히 매매하고 수익을 지켜라.
8. 어떠한 경우에도 좌절하지 말고, 공부하고 노력하라.
9. 가급적 신용거래는 하지 말고 미수 쓸때는 상승 확인하고 하라.
10.탐욕을 부리지 말고 조급해 하지마라. 매매 시 한박자만 늦춰라.
11. 미친 듯 술에 취한 듯 얼토당토 않은 일을 저지를 수 있으니 조심하라.
12. 차근차근 적은 금액으로 3일을 쌓아가라.
13. 참고 또 참아서 매매하라.
14. 주식은 타이밍의 예술이다. 매수는 신중히 매도는 번개같이
15. 주식을 해서 수익을 내는 것은 오랜 시간이 걸린다.

◆ 15살에 가출해 주식 고수가 되기까지

원형지정의 고향은 강원도 인제다. 중학교 재학시절 아버지와 어머니의 불화로 항상 불안했던 가정환경을 견디지 못하고 서울로 쫒겨와 술집 종업원으로 이곳 저곳을 전전하며 밥벌이를 해야 했다.

“당시 술집 손님 중에 비싼 공짜술을 먹는 사람들이 있어 궁금하기도 해 물어봤더니 세무공무원이라는 거예요. 그렇다면 나도 세무공무원이 되어야겠구나라고 생각했죠”

고등학교 졸업장은 간신히 받았지만 교과서를 달달 외워 2년제 국립세무대학에 무난히 입학할 수 있었다. 1984년 관악세무서에서 첫 공직생활을 시작해 1992년까지 순탄하게 살던 원형지정은 돈이 모이자 이를 당시 고려증권과 동서증권에 맡겼다 모두 날리고 말았다. 충격도 컸다.

“이때 평소 알고 지내던 한보그룹 이사 한분이 건설업을 한번 해보라는 거예요. 한보그룹 총수가 세무공무원 출신이어서 선배들이 그 그룹에 많이 포진해 있었거든요. 현직 세무공무원이 페이퍼 건설회사 50개를 만들어 한보그룹 하도급을 받아 재하청을 주는 방법으로 돈을 긁어 모으기 시작했죠. 지금 같으면 상상조차 할수 없는 일입니다. 곧바로 어머니의 반대를 무릎쓰고 세무서도 그만뒀습니다”

하지만 원형지정의 꿈 같은 시절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1997년 IMF 구제금융 한파가 몰아치면서 한보그룹이 부도가 났고 원형지정의 건설사도 덩달아 무너지고 말았다.

“당시 제 개인통장에 400억원 정도 들어있었는데 전부 날아가 버렸습니다. 믿을 수가 없었죠. 더 참기 힘든 것은 그렇게 절친하게 지내던 친구며 사업상 만난 사람들이 모두 안면몰수를 해버리는 거였어요”

여인숙에 살면서 등산으로 소일을 하다 생활정보지에 난 부동산중개소의 구인광고를 보고 무작정 찾아 나섰다.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딴 뒤 경매업체에 취직했고 외환위기 여파로 쏟아지는 물건을 처리하는 것이 주임무였다.

건설업을 운영하며 직간접적인 실전 경험은 있어 자신감은 있었지만 이론이 부족해 수백권의 부동산 관련 서적을 탐독했다. 이때 서점에서 경매에 관한 책을 구입하던 중 주식 책이 눈에 띄어 한 20권 정도 사게된 것이 오늘날 원형지정을 전업투자자의 길로 이끈 단초다.

세무공무원 경험을 살려 부동산경매에서도 도사가 된 원형지정은 2년6개월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일에 몰두했다. 광고를 통해 개인고객도 유치해 나갔다. 수수료가 작은 일반주택이 아니라 남들이 하지않는 다가구주택, 술집이 끼어있는 건물, 유치권이나 지상권이 설정된 부동산 등 난이도가 높은 경매물건만 골라 재미를 보기 시작했다. 재개발, 재건축으로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이렇게 해서 2000년 퇴직 할때는 현금 83억원과 아파트 13채가 손에 쥐어졌다. 벌어놓은 돈도 있겠다 당시 주식시장이 활황이라고 해서 굿모닝증권(현 굿모닝신한증권)에 8억원, 동양증권에 4억원, 리딩투자증권에 3억원을 예치하고 투자를 의뢰했다. 그런데 2년 후에 원금 15억원이 11억원으로 줄어 있었다. 자산이 불어나기는 커녕 4억원을 날린 것이다.

“너무 화가 났습니다. 주식이 뭐길래 이렇게 돈을 날리나 싶어 2004년 1월 직접 해보자는 생각으로 전업투자자의 길로 나서게 된 겁니다. 쉬워 보였지만 막상 해보려니 눈앞이 캄캄했죠”

평소 책을 한번 잡으면 맨 뒷장의 저자이름까지 꼭 확인해야 직성이 풀릴 정도로 남다른 독서습관을 지닌 원형지정은 주식 관련책을 다시 탐독하기 시작했다. 주식 관련 책을 500여권을 독파했지만 그것은 이론일뿐 실전 매매에는 영 적용이 되지 않았다.

우량주만 사면 되는 줄 알고 삼성전자에 ‘올인’했다가 큰 손실을 본 적도 있다. 원형지정이 가치분석을 버리게 된 계기이자 뼈아프게 생각하는 실패 사례가 바로 당시 삼성전자 관련 매매다.

“전업투자를 시작할 때인 2004년 주위에서 삼성전자가 100만원이 가니, 120만원이 가니 하면서 바람을 잡았고, 증권사도 주가수익비율(PER) 상 저평가 돼 있다며 매수 보고서를 연일 냈습니다. 이를 믿고 50만~60만원대에 매수했고 신용으로 물량을 추가하며 버티기를 몇번 반복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주가는 39만원까지 곧두박질쳤고 41만원에 증권사 반대매매를 당하고 20억원을 날렸죠”

포기하지 않고 차트를 분석하고 새로운 매매기법 관련 책이 나오면 달달 외우는 등 더욱 주식 공부에 매달렸다. 급등구간 연구와 테마주 등에 눈을 뜨면서 2006년 초부터 조금씩 돈을 벌기 시작했다.

하지만 2006년 10월 폐암 1차 진단을 받으면서 평상심이 깨졌고 카지노와 홧김에 전재산을 옵션 투자에 쏟아부어 알거지 신세가 되고 말았다.

“주식은 가치, 수급, 심리 등 세가지 요소가 핵심입니다. 당시 저는 크나큰 실패를 경험하면서 주식투자는 매매기법도 펀더멘털도 아니고 결국 마음(심리)에 좌우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2008년말께 손실을 모두 회복하고 안정기에 접어들었을 때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았더니 의사가 깜짝 놀라더군요. 제 인생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폐암 증상이 감쪽같이 사라져 버린거예요”

◆ “주식은 수급과 심리다”

본격적으로 주식에 입문한 2004년부터 안 해본 투자기법이 없는 원형지정이 집중적으로 지금의 부를 쌓은 구간은 대세 상승장과 대세 폭락장이 이어졌던 2007년과 2008년 딱 2년 간이다. 그 전에도 수십억원을 벌기도 했지만 이를 지키지 못해 깡통계좌의 경험을 네 번이나 맛봤다.

원형지정이 투자에 성공한 비결은 수급을 읽는 감각적인 눈과 방대한 독서량으로 집약된다. 기업의 펀더멘털이나 가치를 분석하지 않고 어떻게 주식의 수급만으로 상승을 예상하고 투자를 결심하는 것일까?

“주식입문 초기에는 단타매매를 주로 했습니다. 종목 관련 보고서도 보고 거래량에도 관심을 가졌을 때입니다. 하지만 주식은 수급입니다. 팔고자 하는 사람과 사고자 하는 사람들의 심리와 그 강도를 읽어내는 것이 곧 성공투자의 지름길이지요. 그 구간을 짚어내는 것은 철저히 기술적 분석을 통해 얻어냅니다”

원형지정은 우선 주가의 흐름을 결정하는 6가지 요소인 가격, 시간, 거래량, 움직임, 멈춤, 속도 등을 이해하지 못하고는 스캘퍼나 데이트레이더, 스윙투자, 중장기투자자 등 어느 누구라도 오래도록 승자의 위치에 있지 못한다고 강조한다.

“평소의 속도가 아닌 급속도로 진행하며 가속하다 멈춤 현상이 오면 분할 매도로 대응해야 합니다. 멈춤 현상이 왔다는 것은 에너지 소진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그가 말하는 핵심이 바로 ‘매수절정’ 구간이다. 상승 추세대 안에서 등락을 거듭하며 기존의 상승추세로 진행되던 주가가 어느 날 아주 강하게 상승 추세대 상단을 돌파하며 가파르게 상승하기 시작할 때, 이 구간이 매수절정 구간이라는 것.

“이 매수절정 구간을 관찰해 추세대 상단을 돌파하는 시점부터 시작해 통상적으로 마지막에 거래량이 터진 장대음봉이 나오는 음봉 몸통의 중간값까지 계산해 보니, 5거래일 안에 최하 50% 이상의 수익이 나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원형지정이 목숨같이 중요시 여기고 활용하는 분석 지표는 바로 ‘볼린저 밴드'(Bollinger bands)와 ‘RSI'(상대강도지수)이다. 매수든 매도든 진입할 수 있는 구간을 확인하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볼린저 밴드는 주가의 움직임을 밴드 내에서 판단하기 위해 고안된 채널지표이다.

“제가 사용하는 기법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터득한 저만의 기술입니다. 결국 개인투자자들도 자신만의 전략과 기법을 만들어내야 승산이 있습니다. 자신만의 매매조건을 만드는 이유는 모든 구간에서 항상 진입하는 것이 아니라 확률이 높은 구간에서만 들어가서 이익을 내고 나오는 이기는 싸움을 하기 위함입니다”

2006년 10월 폐암 1차 진단을 받고 삶을 포기하려 했던 원형지정은 부동산 경매에 뛰어들어 어렵게 모은 수십억원의 재산을 정선 카지노와 선물 양매도에 털어붓고 사채업자에게 쫒기는 신세가 되고 만다.

“폐에 이상이 발견돼 암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의사의 말에 넋을 잃고 말았지요. 당시 암 건진을 받으러 병원에 갔는데 환자들이 밀려 있어 검사 일정조차 잡을 수 없었죠. 해를 넘겨 1월에나 가능했습니다.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하루에 10갑 가까이 피워댄 담배가 주범이었을 겁니다”

억울했다. 폐암 생존률이 3년 이내라는 의사의 말에 더 절망했다. 죽을병에 걸렸다는 소문이 돌자 친하게 지내던 사람들도 싸늘해졌다. 잠을 잘 수도 없었고 술로 밤을 지샜다.

“삶을 자포자기 한 상태에서 정선 카지노에 가서 이틀밤에 5억원을 잃기도 했습니다. 당시 이스라엘과 이란 관계가 전쟁 상황으로까지 몰릴 수 있다는 뉴스에 주식시장이 폭락할 것이란 단순한 생각으로 홧김에 풋 옵션 외가에 양매수를 걸었다 가진 전재산은 물론 사채 원금만 50억원대로 늘어나 버렸죠”

자살을 결심하고 한강을 몇 번이나 다녀왔다. 사채를 끌어다 써 병원에 갈 수도 없었다. 이때 수중에 남은 돈이 430만원이었다.

한때 자신이 많은 도움을 줬던 주식 고수 친구에 빌붙다시피 하면서 공부를 시작했다. 그 친구는 ‘물을 먹여 줄 수는 없고 물 먹는 방법을 알려주겠다’고 말했고 그 기간도 정확히 일주일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2007년 주식시장이 상승장이었다고 쉽게 말합니다. 저는 당시 살고 싶은 마음뿐이었습니다. 호랑이 등에 타고 ‘볼린저 밴드’와 ‘RSI’, ‘MACD’ 지표를 보며 폭등 구간을 따라다녔습니다. 그때 저의 운명을 바꾼 종목이 바로 ‘삼호개발’입니다”

이동평균 수렴·확산지수(MACD)는 장기 이동평균선과 단기이동평균선 사이의 관계에서 추세변화의 신호를 찾으려는 진동자 지표다. 이 지표는 서로 멀어지면(diverge) 결국 다시 가까워진다(converge)는 성질을 이용해 두 이평선이 가장 멀어지는 시점을 찾는 것이다.

2007년 2월 삼호개발이 급등하기 시작했다. 2800원부터 기본 물량을 보유하고 있었고 데이트레이딩을 병행하며 대주주 매도 공시가 나온 다음날 마지막 물량을 털어 1억4000만원을 만들었다. 매수절정 기법 전략을 활용해 성공한 것이다. 주식은 절박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교훈도 이때 얻었다.

“병원에서 난리가 났습니다. 친구들도 빨리 입원하라고 채근했죠. 하지만 한가하게 있을 때가 아니었습니다. 가장 절박한 시기었습니다. 사채업자들은 빚을 갚지 않으면 다리 잘라간다고 협박하고, 금융권에서는 하루에 100~200통 가까이 빚독촉 전화를 해댔습니다.

2006년 11월부터 2007년 1월까지 단 석달만에 50억원대 빚쟁이로 전락한 내모습이 믿겨지지 않고 그저 꿈만 같았죠. 이것을 회복하는데 2년이 걸린 겁니다”

◆ 공매도를 기다리는 고수

2007년 10월까지 대세상승기에 현물투자로 믿기지 않을 정도의 성적을 거둔 원형지정은 2008년 대세하락기에는 주식대차거래(공매도)를 이용해 그동안 벌었던 수익보다 더 많은 결실을 맺게 된다.

2007년 삼호개발로 재미를 본 원형지정은 같은해 6월말 금호산업의 챠트를 본 뒤 망설이지 않고 이른바 ‘몰빵’에 나섰다. 수급 분석을 마치고 매수해서 판 종목 중에 상승 시기를 정확히 맞추지 못했을뿐 안 오른 종목은 없었기때문에 자신감도 충만했다.

당시 금호산업 주식을 4만7000원에 17억원어치를 매수했다. 삼호개발로 번 돈을 모두 쏟아 붓고도 모자라 신용과 사채까지 동원해 ‘풀 베팅’했다.

“금호산업 주식을 사고나자 사흘연속 주가가 미끄러지기 시작했습니다. 신용거래를 한 증권사에서는 손실분을 입금하지 않으면 반대매매에 들어가겠다고 으름장을 놓기 시작했죠. 답답하기가 칼 쓴 춘양이 마음 같았습니다. 그런데 5일째 되던날 기적적으로 조금씩 오르기 시작했어요. 4만원짜리 주식이 보름만에 7만원까지 치솟았고 이 종목으로만 15억원을 챙길 수 있었습니다”

그 다음이 남해화학이다. 같은 해 10월 중순 9500원에 매수해 단기간에 최종 물량을 1만8000원에 매도해 원금을 제외하고 25억원을 벌었다. 하지만 절반의 성공이었다. 빌어쓴 사채 이자는 꼬박꼬박 늘어만 갔다. 일단 원금만 갚고 이자는 동결시켰다.

“기회는 다시 찾아왔습니다. 저는 2007년 11월부터 국내 주식시장을 비관적으로 봤습니다. 어쩌면 폭락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 거죠. 그래서 대세하락기에 가장 유용한 투자기법인 공매도를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2008년 3월께 코스피 1350이 깨질 수 있다고 보고 주식대차거래에 손을 댔다. 주식대차거래는 특정 기관에서 일정 기간 주식을 빌렸다가 되갚는 것으로 빌린 주식을 판 뒤 나중에 매도가격보다 싼 값에 다시 주식을 사들여 갚는 매매기법이 활용된다. 주로 외국인들이 사용하는 투자법이어서 개인이 하기에는 관련 정보나 책도 턱없이 부족했을 때다.

하지만 2008년 내내 주식시장은 내리막길을 걸었고 10월에는 리먼 브러더스 파산 사태로 글로벌 금융위기와 함께 유례없는 주가 폭락사태가 발생했다.

“그때 제 인생 전부를 통틀어 가장 많은 돈을 벌었던 것 같습니다. 수천만원짜리 계좌에서 하루에 1억원 넘는 수익이 발생하기 시작했으니까요. 재기를 노린 2년이 20년 같이 길었지만 노력한 자에게는 반드시 보상이 따른 다는 것을 깨닫는 계기가 됐습니다”

공매도는 주가 폭락을 부채질하는 주범으로 인식되면서 한국을 포함한 세계 주요 국가에서 즉각 제한조치가 취해져 현재는 금지되고 있다.

“지금은 공매도를 할 수 없게 돼 있지만 언젠가는 풀릴 수밖에 없을 겁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에 투자하면서 위험회피(헤지) 수단으로 공매도가 필요하다며 이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죠. 그때를 대비해 현금보유 비중을 계속 늘리고 있습니다”

◆ “노력하는 자에게 기회는 온다”

원형지정이 다른 슈퍼개미들과 달리 단단한 내공을 소유한 실력파라는 근거는 그의 독서량에 있다. 지난 10년 간 3000여권의 책을 읽었고, 중요한 부분을 잊지 않기 위해 틈틈히 적어놓은 메모량만 16절지로 6000페이지에 달한다. 장이 끝나면 그날의 투자상황을 복기해 가며 매매일지를 정리하는 것도 그의 중요한 일과 중 하나다.

원형지정은 잠이 없다. 그의 수면시간은 많아야 하루 4시간 정도. 밤새 손에서 책이 떠나지 않는다. 취재진이 자택을 방문했을 때 원형지정은 ‘이사(李斯), 천하의 경영자’를 읽느라 정신이 없었다. 인터넷이 탄생시킨 중국 신세대 역사 스토리텔러 차오성이 쓴 이 책은 천하를 지배한 진시황의 재상 ‘이사’를 조명한 중국 역사서다.

그는 현실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 픽션인 소설만 독서목록에서 제외할 뿐 주식 관련 서적은 물론 채근담, 역사서, 종교서 등 다양한 장르의 책들을 섭렵한다. 특히 심리가 무엇보다 중요한 주식판에서 평상심을 유지하기 위해 성경과 코란, 불경 등은 십여차례 이상 반복해 읽었다.

“‘잠을 자면 꿈을 꾸지만 잠을 이기면 꿈을 이룬다’는 글귀를 무척 좋아합니다. 자면서 꾸는 꿈이 꿈이지만 시장에 갖는 희망도 한낱 꿈일수가 있습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자문자답해 봐야 합니다.”

원형지정은 장이 시작되는 오전 9시부터 10시까지, 장 종료 직전인 오후 2시부터 2시50분까지 하루에 단 두번 컴퓨터 앞에서 매매 시기를 노린다. 그의 기준에 합당한 종목이 발견되면 망설이지 않고 1초에 판단하고, 1초에 매수하고, 나머지 1초 동안은 검증하고 쉰다는 ‘3초의 승부사’ 기질은 이러한 노력의 결과물이다.

“제도권 증권사 직원들을 저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에 달하는 고객들의 돈을 맡아 운용하면서 무엇을 근거로 하느냐는 겁니다. 열심히 책을 읽고 공부하고 노력해야 하는데 그런 증권사 직원을 만나볼 수가 없었어요”

최근 원형지정의 중요한 일정 중 하나가 고향인 강원도에서 자신의 카페 회원들을 대상으로 투자강연회를 여는 것이다. 전국 방방곡곡에서 몰려드는 전업투자자들로 강연회는 연일 만원사례를 이루고 있다.

일부 카페 회원들은 ‘이제야 선생님 투자기법을 배워 수익을 올리기 시작했는데 이를 공개하면 어떡하느냐’며 이메일 항의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원형지정은 자신이 가진 노하우를 거의 완벽하게 공개한다. 나눔을 실천하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다만 2%는 비밀의 영역이다. 그건 말이나 활자로 설명할 수 없는 영역이라는 것.

“2011년쯤 능력있는 인재들을 키워 운용사와 ‘터틀 그룹'(Turtles Group)을 만들 계획입니다. 위탁매매가 아닌 제 개인 자산만을 운용할 겁니다. 강원도에서 여는 강연회는 함께 할 동지를 고르는 기나긴 여정이라고 생각해 투자도 많이 하고 있습니다”

터틀 그룹은 주식매매에 대한 능력이 천부적인 감각인지 아니면 후천적교육을 통한 학습인지를 놓고 오래전부터 계속된 논쟁에서 비롯된 것으로 전해진다. 1984년 미국의 리차드 데니스(Richard Dennis)가 주식 매매가가 되기를 원하는 사람을 모집해 이들에게 자신의 매매원칙을 교육시킨 후 성공으로 이끌었는데 이들을 ‘터틀(Turtles)그룹’이라고 불렀다.

슈퍼개미를 꿈꾸는 개인투자자들에게 조언 한마디를 부탁하자 원형지정은 탐욕을 버릴 것과 공부하고 노력하라는 말을 남겼다.

“제가 벤츠를 타고 다닙니다. 한번은 큰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차는 거의 폐차 수준인데도 저는 멀쩡했어요. 그래서 사치를 경계하는 저도 차는 좋은 것을 탑니다. 그런데 제 강의를 들은 한 청년이 자신도 저와 같은 기법으로 단기간에 벤츠를 탈 정도로 돈을 벌 수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때 저는 말했습니다. 제가 지금의 위치에 있기까지는 수많은 책을 읽으며 연구했고 수 차례의 자살을 결심할 정도로 낭떠러지에 떨어져 봤기때문에 가능했다고 말이예요”

세무공무원에서 건설업체 사장, 전문 부동산경매업자, 그리고 재야 주식고수까지 그의 인생편력은 참 다양하다. 주식 이후에는 무슨 일을 하고 싶으냐는 질문에 원형지정은 망설임없이 자신은 오로지 ‘주식’밖에 없다고 말했다.

“제가 가정을 갖고 아들을 낳는다면 네 살때 부터 주식과 골프를 가르칠 겁니다. 주식은 자본주의 꽃이고 기업과 사회를 움직이는 핵심 동력이기 때문입니다. 노예가 아닌 자유인으로 살아가게 하는 지름길이기도 하고요. 또 금융을 모르면 세상을 모르는 것이기도 합니다”

자신의 현재 수익을 공개하고 인터넷 카페 회원들 모임에 수억원을 쓰는 이유에 대해서는 실패하고 비참한 삶은 사는 수많은 개미들에게 희망을 버리지 말 것과 철저히 준비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전해주기 싶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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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내용이서 포스팅 해왔습니다 원문에 한국경제신문에서 보실수 있습니다.
출처: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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